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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꽂는 칩…인간, 이제 업데이트 대상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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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럴링크 칩 photo 류한석 원본보기

뉴럴링크 칩 photo 류한석

미래 지적 진화의 새로운 축은 단연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BCI)‘다. 뇌파를 읽고 쓰며 기기를 제어하는 이 기술이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파킨슨병이나 척수손상 같은 중증 장애인의 재활이 주된 목표였다면, 지금은 기억과 학습 능력의 보강, 창의성의 확장, 일상 가정용 보조기기로까지 영역을 넓히려 한다.

기술이 주도하는 미래가 우리 삶의 속도와 방향을 얼마나 바꿔 놓을지 아직은 불확실성이 크다. 하지만 가능성의 파도는 이미 높이 솟아오르고 있다. BCI 기술의 진보가 불러올 편익과 위험을 한꺼번에 들여다보자.

뇌의 경계가 재설정된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펀치 카드에서 키보드로, 마우스에서 터치스크린으로, 그리고 음성 인식으로 인터페이스를 진화시켜 왔다. 이 모든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하지 않은 하나의 근본적인 병목 구간이 존재한다. 바로 우리의 생각과 기계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물리적인 장벽, 인간의 두개골이다.

우리의 뇌는 매 순간 쏟아지는 감각 정보를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는 경이로운 생체 슈퍼컴퓨터다. 그러나 처리 결과를 외부 세계로 출력할 때는 고작 손가락이나 성대(聲帶)라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이고 느린 통로를 거쳐야만 한다.

실리콘밸리의 비전가들은 이 대역폭의 불균형을 인류가 해결해야 할 마지막 기술적 과제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의료적 치료를 넘어선 영역, 즉 ‘신경학적 향상(Neurological Enhancement)‘이라는 미지의 대륙으로 깃발을 꽂으러 가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가 주도하고, 싱크론(Synchron)과 같은 경쟁자들이 추격하며, 애플과 메타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이 시장은 단순히 환자를 위한 기술에 머물지 않는다. 이것은 호모사피엔스가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에서 도구 그 자체가 되는 존재로 진화하는 변곡점이다.

년 3월 뉴럴링크의 첫 번째 인간 임상 대상자인 놀랜드 아보가 생각만으로 온라인 체스를 두고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영상이 공개되었을 때, 전 세계는 경악과 환희가 뒤섞인 반응을 보였다. 사지마비 환자였던 그에게 이 기술은 잃어버린 주체성을 되찾아주는 구원과도 같았다. 놀랜드 아보는 “마치 스타워즈의 포스(The Force)를 사용하는 것 같다”고 묘사했다. 이는 의료 공학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정점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과 기술 철학자들은 그 너머를 보고 있었다. 초기 휴대전화가 소수의 비즈니스맨이나 의사들을 위한 벽돌 크기의 통신 장비였듯, 현재의 BCI 기술은 절박한 의료적 필요가 있는 이들을 위한 고가의 의료기기다.

그러나 기술의 역사는 언제나 ‘필요’에서 시작하여 ‘욕망’으로 이동한다. 라식 수술이 처음에는 심각한 시력 장애를 교정하기 위해 개발되었으나 이제는 안경의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일반인들의 선택지가 된 것처럼, 신경학적 향상 역시 동일한 궤적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 시장은 두개골을 여는 침습적(Invasive) 방식, 두개골을 열지는 않지만 체내에 삽입하는 반(半)침습적(Semi-invasive) 방식,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비침습적(Non-invasive) 방식 등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 진격하고 있다. 뉴럴링크나 블랙록 뉴로테크(Blackrock Neurotech)가 첫 번째에 해당한다면, 혈관을 통해 전극을 삽입하는 싱크론은 두 번째, 뇌파(EEG)를 읽는 헤드셋을 만드는 스타트업들은 세 번째에 속한다.

뇌를 인터넷·AI와 연결

중요한 것은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그들이 공유하는 목표다. 바로 인간의 뇌를 인터넷과 AI라는 거대한 신경망의 직접적인 노드로 편입시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이미 뉴럴링크의 장기적 목표가 인류의 ‘지능 증강’임을 숨기지 않았다. 이는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기술로 덮어쓰겠다는 선언이다.

상상해 보라. 외국어를 배우는 데 수년이 걸리는 대신, 칩을 통해 언어 패키지를 다운로드하는 세상을. 복잡한 수학 공식을 계산기 없이 뇌의 백그라운드 프로세스에서 처리하는 인간을 말이다.

이미 소비자 시장에서도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 넥스트마인드(NextMind), 뉴러블(Neurable) 등과 같은 기업은 뇌파로 음악을 제어하거나 게임 캐릭터를 조종하는 기기를 선보였다. 애플의 비전 프로가 보여준 시선 추적 기술은 비록 뇌파를 직접 읽지는 않지만, 동공의 미세한 움직임을 통해 뇌의 의도를 파악한다는 점에서 BCI의 전 단계라 할 수 있다. 애플이 차기 에어팟에 뇌파 측정 센서를 탑재할 것이라는 특허 기반의 루머가 나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인지적 자유와 뉴로 라이트

우리는 곧 ‘스마트 브레인’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대신, 눈을 뜨자마자 망막에 증강된 뉴스 헤드라인을 보고, 출근길 지하철에서 생각만으로 이메일 답장을 보내며, 회의 중에는 동료의 감정 상태를 햅틱 피드백으로 전달받는 시대 말이다. 이것은 한편으로 효율성의 극치이지만, 동시에 ‘인간성(Humanity)‘에 대한 급진적인 재정의를 요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여기서 우리는 가장 서늘한 질문에 도달한다. 나의 뇌가 클라우드에 연결될 때, 내 생각은 누구의 것인가? 지금까지의 프라이버시 침해는 우리가 ‘외부로 표출한’ 데이터, 즉 검색 기록, 위치 정보, 구매 내역 등에 국한되었다. 그러나 신경학적 향상 기술은 우리가 입 밖으로 내지 않은, 심지어 우리 스스로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무의식적 충동과 감정의 영역까지 데이터화한다.

만약 해커가 내 뇌의 임플란트를 해킹하여 가짜 기억을 심거나, 원치 않는 감정을 유발한다면? 이미 해외에서는 뇌신경 데이터를 보호해야 한다는 ‘뉴로 라이트(Neuro-rights)‘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기술은 언제나 불평등의 촉매제였다. 그러나 신경학적 향상이 초래할 불평등은 기존의 경제적 격차와는 차원이 다르다. 좋은 교육을 받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는 것과, 뇌의 처리 속도를 물리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다.

신경학적 향상은 거스를 수 없는 파도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한계를 초월하고 싶어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빨리 알고 싶고, 더 깊이 연결되고 싶고, 죽음을 피하고 싶어 한다. BCI 기술은 이 모든 욕망에 대한 공학적 응답이다. 이것이 진보의 찬란한 빛인지, 아니면 파멸로 가는 급행열차의 헤드라이트인지는 오직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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