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사진만으로 가상세계 구현하는 ‘지니 3
“게임 개발엔진 대체” 공포 확산
엔씨 “AI는 GTA급 게임 못 만들어”
크래프톤 “GPU 비용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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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지니 화면./구글 딥마인드 블로그 갈무리
국내 대표 게임사 경영진은 인공지능(AI)이 게임 개발을 대체할 것이란 우려에 “AI는 위협이 아니라 기회”라며 진화에 나섰다. 구글 딥마인드가 지난달 공개한 AI 월드 모델 ‘프로젝트 지니(이하 ‘지니 3′)’가 한 줄 텍스트나 이미지 한 장만 입력하면 이용자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3차원(3D) 가상 세계를 실시간으로 만들어내자, 시장에서는 AI가 머지않아 게임 제작 영역까지 잠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게임사들은 AI가 게임 개발 시간을 단축하는 등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지만, 깊은 몰입감과 정교한 시스템이 요구되는 ‘트리플에이(AAA)급’ 대작 개발에는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니 3’ 충격에도 게임사 “AAA급 대작은 사람 영역”
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주요 게임사 수장들은 이번주 연이어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AI가 게임 산업 일자리를 뺏지 않고 개발사의 업무를 돕는 유용한 도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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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지난 9일 열린 ’2025년 4분기 및 연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구글의 ‘지니 3’ 관련 질문에 “단기간 내에 게임을 대체할 거라 보진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지니 3를 돌리려면 그래픽처리장치(GPU) 용량이 많이 필요하고, (구동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아직은 짧다”고 평가했다. 단순 명령만으로 게임처럼 조작할 수 있는 가상 세계를 구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현재 ‘지니 3’가 생성할 수 있는 영상 시간이 초에 불과하고 게임의 핵심 요소인 정교한 디자인·아트와 스토리를 구현하기엔 아직 성능이 미흡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김 대표는 AI의 잠재적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AI 기술 발전이 업무뿐 아니라 사업에도 파괴적 영향을 준다는 점은 공감한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핵심 사업을 어떻게 지키고 확장할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실제 크래프톤은 지난해 월 ‘AI 퍼스트’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회사는 억원을 투입해 AI 인프라를 강화하고 의사결정 전 과정에 AI를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신규 채용도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크래프톤이 AI 적용을 확대하면서 운영 효율 개선과 인건비 절감에 돌입했다고 진단했다.
엔씨소프트도 ‘지니 3’ 관련 시장 우려가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지난 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시장이 지나치게 반응하고 있다”며 “AI만으로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 6’와 같은 AAA급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AAA급 게임의 경우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데다, 많은 게임 이용자들이 AI로 만든 아트나 캐릭터에 반감을 느끼는 부분도 있어 AI를 전면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적자에서 벗어난 엔씨소프트는 올해를 “고성장의 해”로 삼고, 핵심 지식재산권(IP)과 신작 출시를 통해 매출을 2조억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그 일환으로 박 대표는 올해 AI를 게임 제작 효율을 높이는데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AI 활용이 게임 개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라며 “AI 자회사(NC AI)를 통해 올해 전사적으로 AI를 활용하는 생산성 향상 태스그포스(TF)를 가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도 AI를 신작 개발에 적극 활용해 개발 효율을 높이고 인건비를 절감한다는 구상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신작 공백 속에서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연간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대형 신작을 출시해 실적 반등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한상우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지난 일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2년간 AI 도구나 솔루션을 (게임) 개발이나 서비스에 적극 활용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라며 하반기 대형 신작 출시에 따른 추가 인력 투입 없이 AI 기술 활용으로 비용을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나아가 “AI의 기술 발전이 산업에 2~3년 내에 굉장히 큰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개발 측면에서는 지금 나와 있는 여러 가지 솔루션들이 엄청난 개발 효율 향상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개별 스튜디오와 장르별로 그걸 수용할 수 있는 구조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AI로 개발 생산성 높여야”
AI가 아직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지 못하지만, 게임 개발 과정에서 AI 활용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게임 속 캐릭터의 단순 이동 같은 반복 업무는 AI에 맡기면 개발자가 더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개발 속도도 빨라지고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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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시프트업 대표./뉴스1
특히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게임사의 경우 AI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는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2026년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시프트업은 게임 하나를 개발하는 데 명을 투입하고 있지만, 중국 게임사들은 1000~2000명을 들여 게임을 만든다”라며 게임 제작 과정에 AI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품질이나 양으로 싸울 수 있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개발자 1명이 AI를 활용해 명 역할을 해야 (중국 게임사와) 경쟁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구글이 지난달 선보인 ‘지니 3’는 글로벌 게임 시장에 충격파를 몰고 왔다. ‘지니 3’는 단순히 배경과 영상을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이용자의 조작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상호작용형’ 3D 가상 세계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시장에서는 AI가 복잡한 코딩과 물리 연산을 스스로 수행하면서 기존 개발 엔진을 대체할 것이란 위기론이 확산했다.
누구나 쉽게 AI로 직접 게임을 생성하는 시대가 열리면 전통 게임 개발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 심리를 자극하면서 ‘지니 3′ 공개 직후 게임주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게임 엔진 기업 유니티의 주가는 % 이상 폭락했고, 로블록스와 GTA6 개발사인 미국 게임사 테이크투인터랙티브의 주가도 % 이상 떨어졌다.